실제로 해 본 인테리어
이사를 하면서 몇 번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지 않고 공사만 맡기는 식의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모든 사항을 내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지나고 나서 귀중한 경험과 지식이 되긴 했지만, 인테리어를 할 당시는 고통에 가까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이란 매 일정이나 제품, 소재 등을 '결정하는 일'이었고, 결국 인테리어의 처음과 끝은 전부 '결정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느낀 것은 인테리어를 하기 전 많은 잡지나 책들을 찾아보고, 쇼룸이나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소재나 색상 등에 관한 눈으로 하는 공부를 많이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평소에도 관심을 늘 가지고 눈에 담아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 꼭 필요한 순간에 나의 결정을 좀 더 쉽게 해 줍니다. 이 외에도 내가 느꼈던 것은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하지 않는 경우는, 조금 더 독특하고 최신의 인테리어를 실현하기에 어려운 상황들이 다소 있다는 것입니다. 취향이 아주 독특하거나 과감하거나 혹은 매우 전문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주부가 하는 인테리어인데도 매번 내가 흔히 보는 잡지 속의 인테리어, 동네에서 찾은 멋진 카페의 인테리어를 실현하기에 많은 벽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실험적'이라든가 '공사하기에 어렵다'든가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등의 충고로 퇴짜를 맞기가 일쑤였습니다. 나는 많이 본 흔한 시도들 같은데, 막상 부탁을 드리면 이런 반응들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내 고집대로 했고, 또 몇 가지는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내가 하고 잘했다고 생각한 인테리어 사항들과 하고 나서 결국 후회했던 인테리어 사항들을 적어봅니다.
잘했다고 생각한 인테리어
1. 베이스 칼라 : 화이트
아파트가 30-40평대였고, 어린 아들 두 명이 있는 네 가족이 사는 상태였습니다. 공사를 맡으신 책임자분은 어린 아이들이 있고 살림살이가 많은 시기이니, 화이트 벽과 문을 선택하는 것에 반대하셨습니다. 벽이 빨리 더러워질 것이고, 전체를 화이트로 하면 밋밋하고 저렴해 보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고 나서의 저의 느낌은 너무 잘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벽과 싱크대의 색상과 문 모두를 화이트로 통일했는데, 집 전체가 백지 도화지 배경이 된 것 같았습니다. 더러움을 타는 것에 관해서도 흰색이라도 더 더럽혀지는 것도 아니고 파스텔 색상이라고 덜 더럽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어중간한 색상을 선택하면 산뜻한 분위기가 없이 톤 다운되어 더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이트 공간이 배경이 되어 가구나 소품이 돋보이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강렬한 색상의 소파로 포인트를 줄 수도 있고, 꽃 한 다발을 화병에 꽂아놓아도 굉장히 두드러집니다. 하얀 배경에 놓인 우드 탁자나 테이블은 그 자체의 매력을 더욱 높여줍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기에 화이트 색상은 아주 적합한 배경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현관과 실내 공간을 분리 혹은 연결하는 중문
중문 설치를 놓고 고민을 잠깐 했었는데, 크지 않은 공간이라도 각 공간이 확실히 분리가 될 때 역할이 섞이지 않아 더욱 효율적이고 때로는 더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설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문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이유로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우선은, 생각보다 현관으로 겨울철 냉기가 많이 유입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리고 소음 차단 효과도 우수합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소리 등이 현관으로 많이 유입되는데 그런 소음 차단 효과는 사실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관의 지저분한 신발, 우산 등이 실내에서 보이지 않아 깔끔하면서도 위생적입니다.
3. 베란다 확장, 주방 확장
베란다를 확장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냉기나 열 차단이 잘 될 지에 대한 염려일 것입니다. 베란다 확장을 하고 나서 느꼈던 것은, 요즘 창호가 품질이 우수하고, 벽 등 단열재 보강을 세심히 주문해서 처리한다면 그런 염려는 별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청소하기 용이하고, 실내가 넓어지며, 지저분해지기 쉬운 요소를 제거한 느낌이었습니다. 주방 쪽의 다용도실이 다소 컸기 때문에 일부를 주방공간으로 확장을 하였는데 그것 역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공간은 그 곳에서 일을 하거나 활동할 공간을 최소한만 확보한다면 실내 공간으로 흡수시키는 것이 공간 활용도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넓어진 거실과 넓어진 주방이 그 전의 넓은 베란다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 활용폭이 넓어지고 쾌적하여 좋았습니다. 활동하는 빈도수가 많은 공간이 활동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간보다 조금이라도 더 확보가 될 때 만족도와 쓰임새가 더욱 좋다고 느꼈습니다.
후회하였던 인테리어
1. 붙박이장 미설치
방마다 붙박이장을 할까 기존 가지고 있던 가구를 사용할까 고민하다 기존의 가구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방이며 거실 등 붙박이장을 꼼꼼히 설치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가구를 쓰는 것보다 붙박이 수납 가구가 더 수납이 많이 될 것도 같고, 또 집도 훨씬 넓어 보이고 깔끔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공사를 할 때 그런 붙박이 수납 가구를 설치하면 나중에 따로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되고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수납공간을 벽처럼 확보하고 나머지 공간에 가구배치를 하는 것이 훨씬 정갈하고 또 가구도 돋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2. 콘센트, 수도관 미설치
콘센트의 갯수를 늘린다든지 수도관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 전체 공사에서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소음도 제일 많이 발생하고 인건비 부담도 되어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후회가 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살면서 가구나 전기 제품을 옮기는 경우도 많고, 매번 긴 어댑터를 연결하는 것도 지저분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편리한 곳에 콘센트가 있다는 것이 어쨌든 아주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수도 역시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따로 따는 일이 번거로워 작은 사이즈로 남은 조그만 베란다에 수도까지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해하지 않았으나 청소를 할 경우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화분에 물을 주더라도 일일이 따로 떠서 운반을 해야 해 후회를 했던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3. 화장실,욕실의 색상
언젠가 잡지에서 보았던 멋지고 시크해 보였던 화장실을 모방하여 블랙 타일로 화장실을 어둡게 인테리어를 했는데, 살면서 내내 후회했던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우선 첫눈에는 세련되고 멋져 보이는 게 맞지만, 살면서 사용해 보니 어두움이 주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우선 머리카락 등 오염물 등이 눈에 잘 안 보여 불편하고, 씻는 공간이 어두우니 뭔가 청결하고 상쾌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밤에는 더욱 음침한 느낌도 싫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욕실은 무엇보다도 밝은 색을 사용한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인테리어를 직접 해보고 나니, 잘했다고 생각하여 뿌듯했던 경험도 있고,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공부가 되고 앞으로는 더욱 시행착오를 줄이며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손으로 직접 기획하고 꾸민 집이라 더욱 애정이 가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었습니다.